2013년 4월 15일 월요일

글쓰기

모 신문사의 편장님과 쪽지 나누다가 퍼뜩 뇌리를 할퀸 글쓰기 방식에 대한 '스침' (표절예방 각주: Jang Yeol Na 목사님 페북 담벼락에 '스침'의 선행적인 용례에서 차용함 ^^) 

미괄식은 글의 핵심 혹은 결론을 미말에 두는 글쓰기 방식이다. 서두에는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물음을 던져 독자들의 생각과 의식에 초점을 부여한다. 글을 전개하며 독자들이 흐름를 타도록 돕되, 동시에 문헌적 채널고정 차원에서 관심을 돌릴 수 없도록 궁금증과 호기심을 단계별로 적당히 자극하고 마지막에 결정적인 한 방의 답변으로 훅 가게 만들어 전달력과 설득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두괄식은 서문만 읽어도 글이 논하고자 하는 결론을 알도록 미리 제시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따개를 딴 콜라처럼 김이 빠져서 글맛이 없다느니, 결론을 알아서 독서의 지속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느니 하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점이 없지는 아니하다. 문제의 핵심과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서 독자로 하여금 소중한 시간을 자유롭게 쓰도록 완독의 여부 결정할 자율적인 판단을 독자에게 돌리는 배려가 두괄식의 묘미이다.

미국식 글쓰기는 대체로 두괄식에 가깝다. 논문이란 지식유통 방식이 대부분의 글에 채택되어 있어서다. 한국도 논문의 경우 이런 추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 무슨 '글쓰기의 식민지성 폐단'까지 운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거의 전 세계가 이런 패턴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이제는 방식의 차이가 지역이 아니라 장르에 의존한다. 사실 독자는 대체로 필자보다 영리하다. 두괄식과 미괄식을 불문하고 문헌의 엑기스만 골라 읽어내는 독서감이 탁월하다.

글쓰기의 핵심은 역시 진리와 진실이다. 이게 빠지면 모든 게 맹탕이다. 글쓰기에 핵심이나 결론을 적당히 배치하는 '조삼모사' 신공의 지혜로운 구사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나 글쓰기의 승부를 방식에 거는 건 회피대상 일순위다. 그렇다고 진리와 진실만 담는다면 개밥그릇 사용도 괜찮다는 언어경시 풍조도 그에 못지않게 피해야 할 극단이다. 모범적인 글쓰기는 최고의 내용을 최상의 언어와 틀에 담아내는 통합적인 작업이다. 목회자의 어깨에는 생산과 전달의 이중적인 책임이 놓여 있다.

나의 글쓰기 방식을 굳이 말한다면, '재멋대로' 방식이다. 꼼꼼히 살펴보면, 다른 분들도 대부분 약간의 편차를 둔 '재멋대로'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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