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9일 화요일

상보성 원리에 대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상보성 개념

"서로 돕고 보완한다" 의미를 가진 상보성(complementarity) 원리는 닐스 보어의 빛이나 전자가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가지되 실험하는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긴 하지만 둘이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상되는 것이므로 파동성과 입자성이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는 물리학적 개념에서 착상된 듯합니다. 이것을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 적용할 경우, 3가지로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먼저 하나님 자신, 즉 본질을 따라서(secundum substantiam, ad se ipsum)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기 때문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각 위격을 따라 그 자체로 완전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단일하고 동일한 본질의 통일성(unitas) 속에서 분리될 수 없는 동등성(aequalitas)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각 위격의 신성과 영광에 보충될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 상보성 개념의 사용은 곤란할 것입니다.

2) 그리고 삼위의 상호관계 즉 관계를 따라서는(secundum relavitum, ad invicem atque ad alterutrum), 비록 낳으심(ingenitus)과 나심(genitus)과 나오심(processio), 혹은 아버지 되심(paternitas), 아들 되심 (filiatio), 내쉬어짐(spiratio)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각 위격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나 위격적 존재의 완전성을 돕고 보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도 상보성 개념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아버지 없이는 성자의 신적인 완전성이, 성자 없이는 성부의 신적인 완전성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없이는 성령의 신적인 완전성이 없다는 사색에 기초하여 위격적 상호보완 혹은 보충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것도 다소 궁색해 보입니다. 낳으심과 나심과 나오심은 신적인 본성(essentia)의 일이며 신적인 의지(voluntas)의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보충이나 보완 개념으로 위격의 존재나 위격적 관계를 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3) 끝으로 피조물과 관련된 우연을 따라서 본다면(secundum accidens, Secundum ad creaturam), 하나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분리될 수 없듯이 분리됨이 없이 일하시는 분입니다(quamuis pater et filius et spiritus sanctus sicut inseparabiles, ita inseparabiliter operentur). 이는 히포의 주교가 범교회적 신앙(fides catholica)으로 이해했고 그러하기 때문에 또한 자신의 신앙(mea fides)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피조물과 관련된 모든 하나님의 역사는 의지의 행위이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동시적인 일이되 실체적인 사역(opera essentialia)과 위격적인 사역(opera personalia)이 맞물려 있습니다. 즉 작정과 창조와 섭리는 모두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통적인 일이면서 특정한 위격의 고유한 사역도 결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피조물과 관련된 우연에 있어서도, 상보성 개념보다 우열도 없고 정도도 없고 다소도 없고 대소도 없고 분리도 없고 그렇다고 혼합도 아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동시적 일하심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실체적 사역이든 위격적 사역이든 보완이나 보충이 필요한 부족이나 결핍이 있다는 오해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신학의 완성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 땅에서는 성령의 명료한 계시를 따라 희미한 지식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신비이기 때문에 다양한 개념을 동원해서 더 많이 더 정확하게 더 깊이 이해하는 노력이 우리의 삶이어야 하겠으나 할수만 있다면 유추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성경적 계시의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보성 개념은 대단히 좋은 것입니다. 지식과 삶의 원리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계시의 우선성에 우리의 편리와 쾌감까지 복종케 하는 태도도 동일하게 견지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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