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4일 목요일

헤롯의 누룩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 뿐이니라 (고전3:8)

바울과 아볼로는 씨를 심었고 물을 뿌렸으나 하나님은 자라게 하셨다.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설명하는 것은 사환의 본분이다. 그러나 복음의 생명력과 성장은 종들에게 맡겨지지 않은 하나님의 고유한 권한이다. 진리를 물리적 파장으로 된 정보의 형태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지만 그 진리가 타인에게 실제로 진리가 되고 생명이 되고 무지의 억센 결박을 끊고 자유하게 만드는 것은 하나님의 고유한 몫이라는 이야기다. 전자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누구든지 스스로도 자랑하지 말고 사람도 자랑하지 말라고 바울은 강변한다.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만 자랑과 영광이 합당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자신을 스스로 계시하는 분이시다. 그리고 그가 원하시는 만큼 계시한다. 사람이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선명한 발자국을 찍고 일말의 소소한 질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해명한다 할지라도 계시의 신적인 자율성과 분량조절 권한은 박탈되지 않는다. 여전히 언제나 하나님께 속하였다. 오직 성령으로 모든 것들을 보이시고 알리시고 통달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 뿐이시다. 노방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강단해서 설교하고 교실에서 성경공부 인도하는 일체의 행위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교회에서 다스리든 말씀을 전하든 아무것도 아닌 무익한 종이요 마땅히 하여야 할 일들을 하였을 뿐이라는 고백만이 합당하다.

도에 지나도록 높아지고 인간화된 지도자의 권위가 아까우신 분들은, 본문이 바울의 과격한 기질이 투영된 극단적인 수사일 뿐이라며 뭉개고 넘어갈 생각일랑 접으시라. 말짱한 중에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진리의 말씀이다. 그렇다고 교회의 질서를 깡그리 무시하는 독자적인 제멋대로 행보를 두둔하는 말씀으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 더욱 그리할 것이라'는 바울의 권면도 하나님의 영감된 말씀이다. 타인에 대해서는 이 입장을 고수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 구절을 자신의 사적인 권위유지 방편으로 오용하는 것은 지도자의 추한 모습이다.

강한 이빨과 글빨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에 준하는 대접과 대우를 기대하는 것은 부패한 성정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곧장 저절로 취득되는 태도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태도를 거절하고 저항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성정에 반하는 일이어서 그렇다. 지식과 성취와 신분과 출신을 가졌다는 이유로 목에 뻣뻣한 힘이 들어가는 자연스런 '무의식적' 현상도 묵과하지 말아야 할 태도겠다. 씨와 물을 가졌다는 소유와 심었고 뿌렸다는 성취를 무슨 벼슬이나 되는 것처럼 잔치의 윗자리와 회당의 상석과 랍비라는 호칭과 뭇 사람들의 존경이나 흠모의 시선을 자신의 전유물로 여기는 졸부들의 천박한 모습이 때때로 관찰된다.

모든 영광의 주인은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 뿐이시다. 하나님의 영광을 취하다가 충의 먹거리로 생을 마감한 헤롯의 누룩이 교회에 퍼지지 않도록, 그 퍼짐의 주역이 되지 않도록 두렵고 떨림으로 깨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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