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일요일

진리의 증거

이 성경이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라 (요5:39)

요한을 여인의 몸에서 난 최고의 인물이라 한 것은 예수님의 평가였다. 그는 진실로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마지막 주자였기 때문에, 그의 입술에는 모든 선지자의 예언자적 무게가 실렸었다. 그런데 주님은 요한의 증거보다 더 큰 증거가 있다며 사람에게 증거를 취하지 않겠단다. 그리고서 하시는 말씀이 성부께서 친히 자신을 위하여 증거하며 그리스도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 증거하며 성경이 그에 대하여 증거하며 진리의 영이신 성령께서 증거할 것이라고 한다. 진리는 사람에게 맡겨지지 않았고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도 아니며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리는 스스로 증거한다. 성경도 스스로 증거한다. 신학적 용어로는 계시의 자증성 되시겠다. 천재의 통찰력이 진리의 엄밀성을 보증하지 못하고 인간의 보편성이 진리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다며 서운해 할 것 없다. 오히려 진리의 증거가 사람에게 맡겨지지 않았고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은혜와 영광과 감사의 원천이다.

칼빈은 세상에서 가장 지고한 지혜의 총화가 하나님과 우리 자신을 아는 지식(cognitio Dei et nostri)이라 하였다. 이런 이중적인 지혜의 맥락에서 그의 교의학은 창조주 및 구속주가 되신 하나님을 아는 지식(de cognitione Dei creatoris et redemptoris)과 성령의 신비로운 역사로 말미암아(arcana operatione Spiritus) 그리스도 예수의 은혜를 인지하고 누리는 방식(De modo percipiendae Christi gratiae) 및 진리를 증거하여 당신의 백성을 모으시는 외적인 수단(De mediis)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교회가 하나님의 진리가 증거되고 그의 백성들이 초대되는 외적인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를 아는 지식의 핵심이다. 하나님을 아는 진리의 지식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의 행하신 일들과 성경을 통하여 성령으로 말미암아 친히 증거한다. 그럼 우리는 뭐냐? 진리를 배우고 익히고 살아서 증거하는 외적인 수단으로 영광의 부르심을 받은 그의 증인이다. 

'사람이 어찌 하나님께 유익하게 하겠느냐 지혜로운 자도 스스로 유익할 따름'이라 한 엘리바스 진술이 아프게 꼬집은 것처럼, 우리가 의로운들 전능하신 분에게 무슨 기쁨이 있겠으며 행위가 온전한들 그분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하나님의 본질과 영광은 인간으로 말미암아 첨삭되는 일이 결단코 없다는 예기겠다. 어떠한 사람도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며 거기에 가감할 수 없는데도 하나님의 진리와 나라가 연약하디 연약한 우리에 의해 마치 죄우될 것 같은 명령문이 때때로 주어지는 것은 그 자체가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은혜와 영광인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진리를 가르치고 살아내게 하라는 명령을 주면서 주님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증인이 되어질 것이라는 은혜의 주도성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진리를 선포하고 그의 나라를 확장하는 대단한 사명의 수행자로 비장하게 헌신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비천하고 연약하고 없는 자들인데 진리와 관계된 최고의 영광스런 일에 은혜의 부르심을 받아 참여한 것이다. 

하나님의 진리를 아는 것은 은혜이며 영광이다. 그 일에 외적인 수단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도록 돕는 일에 쓰인다면 그 자체가 도무지 표현할 길이 없는 영광이요 달려갈 길을 끝마친 이후에는 무익한 종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는 고백으로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 돌릴 수밖에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우리의 존재감은 거기에 있다. 모든 귀하고 선하고 올바른 것들의 원천이며 최고의 선 자체이신 하나님을 안다는 게 얼마나 놀랍고 신비롭고 영광스런 일인지를 알지 못하면 우리의 생은 뒤틀린 열심과 조악한 불평과 추루한 자랑과 뻣뻣한 거만과 부당한 생색으로 첨철될지 모른다. 주님은 사람에게 증거를 구하지 않으신다. 그게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증인으로 부르셨다. 이미 기본을 초과했다. 이는 어떠한 생이 우리에게 펼쳐져도 하나님을 아는 자로 살아가고 있다면, 은혜요 영광이며 감사가 마땅한 이유겠다. 우리는 하나님을 안다. 그리고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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