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9일 금요일

진로 이야기

아들은 앞으로의 진로가 궁금하다. 최근에는 법조인이 학교에 찾아와 '직업 설명회' 시간도 가졌단다. 자기는 범죄가 아니라 사회법 분야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동기가 궁금해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아빠: 아빠가 법을 공부했던 이유는 사도 야고보가 말한 하나님 앞에서의 참된 경건 때문이지. 고아와 과부를 그 어려움 중에서 돌아보는 것 말이다. 그래서 수학을 접고 법조인의 길을 시도했던 거다.

아들: 그런 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서 잘 살게 해 주셨어도 되잖아요.

아빠: 물론 그렇게 해도 도움은 되겠지만 당장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서 억울함을 당하시는 분들에겐 법조인의 도움이 절박하지. 그런 다급한 필요에 부응하고 싶었단다. 결국 가장 궁극적인 가치와 필요를 생각하다 이렇게 신학의 길을 지금까지 걷게 된 것이지만.

아들: 법조인의 활동도 가치가 크잖아요.

아빠: 그래, 대단히 크고 중요하지. 사회의 기틀을 세우고 연약한 분들을 보호하는 일이니까. 사실 칼빈이나 루터도 법학을 공부했던 분들이다. 너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공부해라. 그런데 아빠는 특이한 습성이 있었단다.

아들: 그게 뭔대요?

아빠: 쉽게 정복되는 분야는 오래 머물지를 못한다는 거다. 조금만 노력하면 정복되는 분야는 싱겁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정복'이란 무례한 단어를 머리에 떠올리는 것마저도 불경한 그런 매력을 가졌단다. 신비와 계시가 혼합되어 있으면서 결코 정복되지 않는 분야라는 사실에 진로의 코뚜레(%$!?)가 걸리고 말았지.

아들: 법도 계속해서 변하니까 정복되지 않는 거잖아요. 동성애법 논쟁도 그렇구요.

아빠: 변해도 결국 인간문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잖아. 거기서 거기거든. 엄밀하게 보면 새로운 게 아니란다. 변하는 상황에 따라 춤추는 재해석일 뿐이지.

아들: 아빠는 제가 학부에서 무엇을 공부하면 좋겠어요?

아빠: 역사와 철학. 역사는 넓고 철학은 깊어서다. 역사는 내용의 분량을 공급하고 철학은 생각의 방법론을 제공하지. 물론 관점은 성경에서 취해야 되겠지. 성경의 높이와 역사의 넓이와 철학의 깊이를 따라 꾸준히 길게 공부하면 좋겠구나. 혹시 알스테드 들어봤니?

아들: 누군대요?

아빠: 아빠가 공부했던 17세기 독일의 개혁주의 신학자야. 그런데 특이한 시도를 했던 분이란다. 모든 학문을 하나의 거대한 체계로 통합하려 했지. 이상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아빠는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선배 케커만을 흉내내고 발전시킨 체계지만 보다 깔끔하게 통합하는 수학적 감각이 부족했지.

아들: 수학도 중요해요?

아빠: 옛날에는 산술이라 했다. Arithmetic. 사실 수학은 질서와 체계와 통합을 연습하는 사유의 학문이다. 플라톤이 그랬던 것처럼 수학을 다른 학문이나 개인의 삶이나 사회의 규칙이나 세상의 질서에 대입하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수학은 건물의 보이지 않는 기초나 뼈대와 같단다. 모든 학문의 상아탑이 수학적 골격 위에 세워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아빠 눈에는 알스테드 시스템의 그런 골격이 다소 약해 보였단다. 암튼, 아빠의 경험적 결론은 신학이 모든 학문의 퀸이라는 거다. 7세기 칼 대제가 궁중에서 3학4과 기초학문 교육을 시작한 것도 사실 그런 의도였지.

아들: 하하하...또 신학으로....!!!

아빠: 임마! 아빠가 유도하는 거 아니거등~~~! 아빠도 네가 아빠의 결론 어거지로 따르는 것을 원하지는 않아. 너에게 가장 즐겁고, 그것을 하면 굶어도 좋을 정도로 만족하고, 일평생 매달려도 후회하지 않을 분야를 선택하길 바래. 물론 다른 분들에게 최고의 가치와 유익을 끼치는 그런 것을 택하는 건 기본이지. 아빠에겐 그게 신학! 그러나 너의 결론이 아니라면 너의 길은 아닌거다. 알았지?

아들: 네, 알았어요.

봄방학 첫날인데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나 보다...암튼 자식에게 부모의 기호를 강요하고 자녀들의 연장된 성취에서 재미 보려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의 영적 지적 분별력을 키워 자율적인 판단을 따라 본인의 진로를 책임있게 걷도록 도와주는 부모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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