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7일 일요일

Apelles Kim 선교사님 글입니다

- 오경의 모세 저작설을 믿는 걸 신기하게 보는 학계에서... 

현재 구약 신학계에서 오경의 모세 저작설을 믿는 사람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오경의 후대 편집설은 마치 견고한 진리이자 정언적 명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우리가 우리 편이라 생각하는 세계적인 복음주의적 구약학자들도 사실은 대부분 오경의 후대 편집설을 기정 사실로 여깁니다. 대표적으로 웬함 (Wenham)이라는 보수적 성향의 최고의 구약학자도 그러하지요. 각 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약간의 강하고 온건한 입장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예컨대, 그래도 오경의 많은 부분이 모세에게서 기원했다는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모세 자체를 신화적 가공 인물로 간주해버립니다. 그러나 서로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경은 J E D P라는 네 가지 문서 자료들의 편집본으로서 후대에 P라 불리는 제사장 그룹들에 의한 최종 작업의 산물로 봅니다. (이 글을 지금 평신도 수준에 맞춰 최대한 쉽게 쓰고 있는데, 만일 조금 어렵다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약간만 공부하며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소위 이 "문서설"은 세월이 흐르며 대대적으로 수정되어 왔고, 지난 30년 동안은 최종 편집본에 담긴 문학적 기법을 연구하고 거기에 담긴 신학적 메시지를 찾아내는 학풍이 강력한 세력을 형성해왔습니다. 소위 오경과 성경 본문에 담긴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춘 교훈과 체계있는 문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 작업이 활발해 진 것이죠. 어떤 학자들은 근본적으로 그 가설을 뒤집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최근에는 P라는 제사장 편집자 그룹의 문서가 가장 후대라는 가설이 크놀과 밀그롬을 비롯한 몇몇 구약 학자들에 의해 철저히 반박되었습니다. P가 오히려 상당히 고대인 히스기야 시대이거나, 아니면 더 오래 전으로 사무엘이 등장하기 전인 <실로 성전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서설의 기본적 가설은 일종의 연구 방법의 전제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P의 고대성을 증명한 학자들도 P의 기원을 고대로 돌려 놓았을 뿐, P 그룹의 후계자들인 H 제사장 그룹 (거룩한 윤리적 삶을 강조한 그룹들로 여겨지면서 거룩 holiness 제사장 학파라 불림) 에 의한 후대 편집설, 즉 포로기 전후의 최종 편집 작업을 주장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말하면 오경은 모세가 쓴 것이 아닙니다. 최대한 양보해서 모세가 오경 일부의 기원이 될 수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오경의 내용은 이스라엘의 여러 지파의 각각의 조상 전래의 전승들과 추억, 혹은 각 지파의 역사들을 고도의 신학적 작업으로 짜집기한 산물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해외에 유학을 나가 구약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첫걸음부터 "연구 방법론"의 장애물을 넘어가야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최근에는 모세 저작설을 믿으면서도 구약 연구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앞서 말한 이유로 최종 본문의 통일성과 체계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학문적인 전문 용어로는 "공시적 연구 방법 (synchronic study)"이라 하지요. 즉, 연구 대상의 책이나 본문의 발전 과정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최종 완성된 상태에서의 문학적 구조와 그 안에 담긴 신학적 메시지를 찾아내는 연구 방법이죠.

반면에 역사적 발전을 추적하는 접근 방식은 "통시적 연구 방법 (diachronic study)"라고 말합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자연히 공시적 방법으로 본문을 연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시적 연구 작업의 설득력과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경의 연구 본문을 진화론적 발전의 산물로 보지 않고도 각 본문들이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내야만 합니다. 그런 작업을 통해 일관성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확고한 논리를 만들어 내야만 하지요. 그것은 실로 엄청난 고난도의 작업을 요구합니다. 저와 같이 모세 오경의 저작설을 확고히 믿는 사람들은 이런 학계의 분위기 속에서 너무나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해야만 하는 처지이지요. 논문 속에 "모세의 의해 쓰여진 오경" 혹은 "모세가 쓴 레위기에 의하면" 이런 표현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학계에서 일종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그것은 학문적으로는 결코 증명될 수가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학문 영역 밖의 믿음의 선포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제가 연구한 레위기 분야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철저하게 제 심중에 모세 저작설을 전제한 가운데 연구를 완성해야 했습니다. 모세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세우기 전에 자신이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문에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제사장적 사고와 개념을 가진 모세에 의한 레위기 저술을 당연시 했습니다. 저는 레위기의 속죄제를 비롯한 제의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같은 제의들 속에 나타나는 모순되어 보이는 차이점은 진화론적 발전의 증거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정말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열한 작업이었는지 모릅니다. 이것은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구약을 연구하는 보수적 입장의 학생들이 다 겪는 고민이요 고통이지요. 저의 지도교수도 온건하긴 하나, 너무나 당연히 비평주의 노선의 학자입니다. 교수님이 어제 저에게 학교에 보고한 저의 박사 논문의 내부 심사 결과를 A4 용지 한 장 반에 정리하여 보내주셨습니다.

한마디로 저의 연구 방법론과 논문의 주장과 논지에 대해 "Kim이 통시적 연구 방법에 소홀한 것은 아쉬우나, 그의 공시적 접근 방법은 대단히 일관적이고 철저하다"고 평해주셨습니다. 한 마디로 큰 난관을 잘 넘긴 것입니다. 저는 오경은 모세의 작품임을 확신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창세기에 이미 "유다 지파"의 주도권이 암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예, 창 49장에 이미 유다의 홀이 언급됨) 유다 지파 다윗 왕조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립하고 선전하기 위해 오경을 은근히 유다 중심의 역사로 후대의 다윗 왕조 시대의 제사장들이 편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후대의 작품인 것이죠. "笏(홀)이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治理者(치리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시기를 ㅊ실로가 오시기까지 미치리니 그에게 모든 百姓(백성)이 服從(복종)하리로다" (창 49:10).

 합리적 사고를 가진 비평학자들은 이 구절은 예언이 아니라, 후대의 다윗 왕조에서 봉직한 제사장들 혹은 어떤 경전 편집자의 각색에 의한 예언화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예언으로 봅니다. 결국 이것은 믿음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어떤사람들은 믿지만, 어떤 사람은 합리적 과학적으로 후대에 유다 지파 다윗 왕조를 편든 누군가의 작업으로 봅니다. 하지만 분명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자신의 일을 때로 미리 예언해 주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것을 후대의 예언화 작업으로 보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설명이 잘된다고 말하면서, 이것을 실제 예언으로 믿는 것을 매우 단순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한국에도 대단히 많습니다. 진보적 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으면서, 왜 이것을 예언으로는 받지 않는 것인지 저는 그것이 더욱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출애굽은 바다가 갈라져서 건넌 사건이 아니라, 갈대 숲 (바다)를 지나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 바다 한 구석을 가르는 일은 손가락 한번 까닥이면 될 겁니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서 왜 이런 기적은 이성적으로 해석하려하는지 저는 이것이 더 납득이 안됩니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그 분은 신입니다. 전지전능하신 분으로 천지를 창조한 분입니다. 이것을 믿는다면, 예수님이 물 위를 걷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을 먹인 일은 자동적으로 믿어지는 겁니다. 처녀 탄생은 물론이고 부활과 승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이런 것이 안믿어진다는 것이 저는 더욱 모순되어 보일 뿐입니다. 이런 분들은 차라리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낫습니다. 아니면 그들이 신이 존재한다는 걸 믿는다면, 그 신은 기적을 일으킬 줄 모르는 유한성에 갇힌 신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자기 모순된 논리이자 사고인 것입니다. 말이 좀 곁길로 나가 길어졌군요.

어쨌든 저로서는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 가장 어려운 난관이 모세에 의한 오경 저작설을 확신하는 가운데, 바로 설득력있게 레위기 본문의 공시적 연구에 의한 일관되고 통합된 논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은혜로 이것을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