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2일 금요일

십자군 실패에 대한 버나드의 변명

제2차 십자군 실패에 대한 버나드의 '변명'이 흥미롭다. "모든 사람들이 알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는 운을 띄우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십자군 원정의 실패는 하나님의 심히 뼈아픈 심판(judicium Domini)이다.

2.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낼 때 보다 좋은 땅(meliorem terram)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끌고 나왔으나 약속했던 땅으로 그들을 이끌지는 못하였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 자신은 하나님이 명하신 모든 것들을 준행했고 주님도 표적으로 모세와의 동행을 보이셨다.

4. 문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와 그의 종 모세를 줄기차고 완고하게 거절했던 뻗뻗한 목의 소유자(durae cervicis)다.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은 하나님의 뜻과 명령으로 시작된 감격스런 일이지만 더 좋은 약속의 땅 진입은 그들의 반역으로 실패했다. 논지는, 십자군 원정을 독려하는 자신의 설교는 하나님의 뜻을 전달한 것이지만, 원정의 실패는 지도자와 군인들의 타락 때문이란 말이겠다. 중세의 가장 경건한 교부도 인간적인 냄새, 적잖게 풍긴다.

그러나 십자군 실패를 그렇게 진단한 이유는 자신의 십자군 독려를 사과하지 않겠다는 책임 면피용 목적이 아니라 1) 교회의 위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기 때문이고 2) 작금의 상황을 사악하게 말하는 무리들의 아구를 봉쇄하기 위함이라 한다. 버나드는 제3차 십자군 독려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번의 패배와 실망에 포박되지 아니하고 세번째 전쟁에 순종하여 승리했던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다시 들추는 간접적인 응원까지 접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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