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판단의 기준

미련한 자는 자기 행위를 바른 줄로 여기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를 듣느니라

미련한 자의 행위는 모두 미련하다. 존재가 원인이고 행위는 그 열매니까. 물론 존재를 부인하는 듯한 지혜로운 우발적 처신이 돌연변이 같이 연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건 존재의 산물이 아니기에 당사자의 미련함은 벗어진 것이 아니다. 미련한 자의 미련함은 그의 행위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다. 자기 행위를 바른 것으로 '여긴다'는 내면의 자의식에 근거한다.

나 자신의 행위를 바르게 여긴다는 것은 행위의 시시비비 기준이 내게 있다는 무의식적 전제가 깔려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마음의 태도다. 반면 권고를 듣는 자의 지혜는 자기 행위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자신에게 두지 않는다는 것에 근거한다. 이처럼 판단의 출처가 미련함과 지혜를 좌우한다. 이런 맥락에서 바울은 타인의 판단을 작은(ἐλάχιστόν)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도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판단을 받는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판단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의 태도가 이미 지혜의 샘이다. 그런 분들은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며 하나님의 뜻을 기준으로 삼을 분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판단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 아무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헤아린 그 헤아림을 따라 자신도 헤아림을 받는다고 바울은 충고한다.

요지는 우리 각자가 자신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느냐다. 타인을 판단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타인의 판단을 너끈히 수용하고 비록 뾰족한 경우에도 경청하는 마음의 여백을 넉넉히 마련해 두자는 이야기다. 타인의 판단을 듣고 품으면 나도 지혜롭고 타인도 치유된다. 참으로 요상하나, 엄연한 사실이다. 말씀은 언제나 쌍방의 윈윈을 지향하나 보다.

오늘은 내가 나 자신의 판단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잠언을 의식의 전광판에 선명하게 새겨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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