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8일 월요일

말씀을 먹는 경건

그의 거룩한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성령으로 나타내신 것 같이 다른 세대에서는 사람의 아들들에게 알게 하지 아니하셨으니...

성경의 규범적 종결성을 확증하는 구절이다. 자신도 동일한 은혜의 선물을 따라 복음의 일군이 되었는데,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한다. 사도권 주장의 일환으로 내뱉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죄인 중에 괴수라는 고백과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취었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란 설명이 이어진다. 이런 목적의 설정이 사람의 뜻으로나 시간 속에서나 사건의 우발적 계기를 통해서가 아님을 밝히고자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는 역사와 만물 밖에서의 기원을 덧붙인다. 이런 문맥에서 자신이 당하는 수만가지 환난에 대해 낙심하지 말라며 감옥에 돗자리를 깐 바울이 오히려 자유의 몸인 에베소 성도들을 위로한다.

긴 교회사 속에서 사단이 온갖 음흉한 궤략을 동원하여 허물고자 했던 표적 일번지는 단연 성경이다. 물리적인 텍스트 차원에서, 그 텍스트의 의미를 벗기는 해석의 차원에서, 해석된 의미가 구현되는 실천의 차원에서 다양한 각도로 성경을 가감하려 했고 지금도 그런 사단의 줄기찬 권모술수 역사는 이곳 저곳에서 역한 악취를 풍긴다. 성경을 따라 성경과 더불어 성경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는 성도의 본분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세력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기회를 노리는 교회파괴 전략의 그 놀라운 집요함을 의식하지 못하면 성도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전신갑주 무장은 쉬 해제되고 만다.

겸손과 사랑이 키워드다. 말씀 앞에서 사람의 뻣뻣한 지적 정서적 정욕적 고집을 꺾고 생명의 말씀을 주신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 말이다. 죽음이 뻔한 일인 줄 알면서도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더 예리한 말씀을 가슴으로 품는 경건은 당일치기 체험학습 대상이 아니다. 마음과 목숨과 힘과 뜻을 일평생 요구하는 성도의 삶 본체이다. 사람의 삶은 떡으로 연명되지 않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유지된다. 말씀의 검에 죽고 동일한 그 말씀으로 살아나는 죽음과 부활의 틀이 삶에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지는 게 성도의 삶이다.

감성을 준동하고 의로운 판단력을 마비시켜 이러한 삶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자유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너무도 진짜같은 너무도 달콤하고 지혜로운 어린양 목소리로 둔갑한 늑대의 감추어진 발톱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