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백승영의 니체

백승영의 [니체: 건강한 삶을 위한 긍정의 철학을 기획하다], 한국인 학자의 니체 연구서로 탁월하다. 백승영에 따르면, '철학은 인식적 차원의 지혜를 찾는 것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 실존적 행위가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건강한 삶의 본능에서 나오는 디오니소스적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니체 철학의 진수란다.

허나 이런 긍정의 철학은 죽음과 부활의 복음에 대립각을 세우기 마련이다. 니체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복음이 십자가 상에서 죽'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십자가의 죽음이 니체에겐 '복음'이 아니라 '나쁜 소식' 즉 '화음'일 수밖에 없다. 백승영은 주 안에서의 평등과 한 몸이라는 공동체 정신이 니체로 하여금 비판의 망치로 기독교 문화를 철거하는 일에 광기를 드러내게 했단다.

같은 맥락에서 니체는 민주주의 정신에 대해서도 위대한 인간의 하향 평준화요 기독교의 아류일 뿐이라며 거부한다. 백승영은 니체를 '인간과 세계의 병증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의사, 건강하게 살기를 가르치고 권유하는 교유자며 계명가'라 격찬한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네 자신을 창조'하고 '네 자신의 주인이 되'고, '네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며 '네 자신에 대한 긍지를 지녀야' 한다고 설득하며 '먼저 네 자신이 되어라(Werde, wer du bist)!'는 니체의 경구를 읊조린다.

물론 세상을 이해하고 문명을 판독하는 니체의 눈빛은 특이하고 예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에 니체는 자신의 시대가 보여준 풍조의 역방향을 취하는 반응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그의 저돌적인 철학은 당시의 보편화된 사조 뒤집기의 수준에 머무를 뿐이었다. 보이는 것들의 가까운 인과에 입각한 세계관이 펼칠 수 있는 한계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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