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인간우상

"베드로 개인에게 교황직 혹은 최고의 권위가 주어졌다(Primatus Petro datur)" 문구와 이틀동안 삽바를 거머줘고 싸웠다. 키푸리안 교부의 [보편적 교회의 일치성에 관하여(De unitate ecclesiae catholicae)]란 책 원문에는 없었는데 후대에 로마 카톨릭에 의해 삽입된 문구로 여겨 16-17세기의 거의 모든 개신교 학자들이 거절했던 것이어서 그런지 관련 자료가 산더미다. 저마다 주장과 반박의 예리한 붓길을 얼마나 사납게 몰았는지 한 편의 대하 추리극을 보는 듯하야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이틀이 후딱 흘러가 버렸던 것이었다.

자료들을 보면서, 베드로 사도라는 한 명의 특정한 인간에게 다른 사도들과 차별화된 권한이 부여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그런 사례를 빌미로 다른 한 인간에게 불경한 추앙의 감투를 씌우는 간사한 작태에 목숨을 불사하고 저항의 붓을 들었던 믿음의 선배들이 일치된 마음으로 한 자리에 머리를 맞대고 모인 듯하여서 야릇한 감흥에 휘감기는 듯하였다. 기독교의 인간론 일번지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은 동일한 머리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한 몸에 참여하는 지체로서 동등하다. 여기에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동서남북 불문한다.

이런 저항의 굵직한 역사가 제공하는 교훈을 따라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강도와 차림새만 살짝 달리해서 오히려 보다 음흉한 서열 개념이 기독교 문화의 언저리에 군살처럼 은밀하게 박히지 않도록 분별의 날을 더 예리하게 갈아야 하겠다. 물론 그 날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돌이키는 방향이 우선이고 그런 돌이킴 자체가 타인에게 그런 날이 되도록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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