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4일 금요일

눈의 밝아짐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창3:7)

선악과 금지령의 위반에 뒤따르는 형벌은 필연적인 사망이다. 그런데도 아담과 하와는 대범하게 위반했다. 죄는 인간의 죽음보다 강하다는 증거겠다. 어쩌면 죄는 인간의 죽음보다 그 죽음으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보다 심각한 결과를 겨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즉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인간을 보시고 "심히 좋았다"고 하신 하나님의 지극한 즐거움과 선하심에 파괴의 균열을 가하려는 사단의 복안을 읽어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사단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건드리고 갈취하는 것이었다. 이는 하나님과 비기려는 사단의 전형적인 불경이다.

중세의 로마 카톨릭을 꾹 짜서 오류의 엑기스를 뽑아내면 하나님의 영광을 사람이 갈취하는 것이었다. 이는 또한 종교개혁 발발의 본질적인 단초였다. 같은 맥락에서 칼빈을 비롯한 수다한 믿음의 선배들은 하나님이 아닌 인간이나 다른 어떠한 것에도 영광과 공로를 돌리지 않으려고 했다. 신학의 핵심과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이며 온 세상의 창조와 죄인의 구속과 회복과 완성의 궁극적인 지향점도 하나님의 영광이다. 선지자나 사도나 전도자나 교부나 공의회나 교회나 종교개혁 주역들에 대해서도 영광을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신학의 전부였다.

이는 성경의 핵심이다.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다. 바울은 이것을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게 되었다"고 표현한다. 죄로 말미암은 인간의 사망이 하나님의 영광과 무관하지 않다는 단서가 여기에서 포착된다. 죄와 사망과 영광이 이렇게 인과의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 죄의 출입이 이루어진 태초에 사단은 선악과를 먹으면 하나님과 같아질 것이라는 유혹을 첫사람의 귀에 주입한다. 죽음을 모면하는 순종보다 하나님과 같아지는 것이 그들에게 더 달콤했다.

결국 사단의 매혹적인 설득에 편승하여 생명의 말씀을 버리고 죽음에 이르는 불순종의 첫발을 내딛었다. 하나님과 같아지는 교만과 동시에 죽음을 향한 형벌의 첫번째 증상은 사람의 눈이 밝아지는 것이었다. 눈은 정보가 전달되는 영혼의 창문일 뿐이고 눈의 밝아짐은 시야의 확대나 시각의 향상을 의미하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의 빛으로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판단하고 대처하는 일체의 주체요 주인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다는 피조물의 본성적인 종속성과 의존성을 내던지고 자존을 선언하는 셈이었다.

진리와 생명과 길이신 주님과의 단절은 거짓과 사망과 이탈을 초래했다. 눈의 밝아짐이 이 모든 것들을 주도한다.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하겠냐고 하시면서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므로 하나님을 섬기라고 말씀한다. 주님 자신이 우리에게 빛이시다. 바울의 돌이킴은 주님의 강력한 빛으로 인해 그런 눈의 밝아짐이 비늘처럼 벗겨지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낮의 해와 밤의 달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바울에게 영영한 빛이 되시었다.

눈은 영혼을 보여주는 창문이다. 영혼이 악하면서 눈빛이 선할 수가 없다. 기막힌 연출도 오래 가지는 못한다.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은 눈빛으로 드러난다. 우리의 빛이신 그리스도 예수로 충만한 것이 눈의 밝아짐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자기의 영광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구하고 사망이 아니라 생명을 지향하는 첫증세는 주의 치유하는 광선으로 눈의 비늘이 벗겨지는 것이다. 주의 빛으로 인해 밝아진 영혼의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 안에 사시는 모습이다. 그런 사람이 그립다.

사람들을 만나면 눈빛부터 관찰한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검진이 아니다. 상대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첩경이기 때문에 그리한다. 물론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볼 때마다 눈빛을 응시하며 자신을 진단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타인에 대해서는 합당하지 않은 태도겠다. 사랑과 긍휼의 눈빛이면 충분하다. 그런 교회의 눈빛들이 하나둘씩 모여 세상의 어두운 영혼이 밝아지면 좋겠다. 이로써 하나님의 영광만이 구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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