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9일 목요일

성경 해석학과 삼위일체

히포의 교부가 저술한 De trinitate를 읽다가 지각의 발목이 묶였다.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에 대한 짧은 단상이 그 주범이다.

"선지자와 율법 전체가 의존하고 있는 두 계명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성경이 이유가 있어서 둘 중에서 하나만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 사랑을 묵과하는 듯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웃사랑 언급이 생략된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계명을 지키는 것만큼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반드시 이웃을 사랑할 것인데
이는 하나님이 그것을 명하셨기 때문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받드시 사랑하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ipsam praecipue dilectionem diligat)
결국 그는 사랑이신 하나님을 필히 사랑하는 것이다."

성경 해석학의 중요한 대목이다.
비록 어떤 본질적인 내용이 본문의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그 내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함의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성경을 하나님의 계시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이름이 거명되지 않는
에스더를 주석할 때에도 계시의 주어로서 하나님은 생략되지 말아야 한다.
어떤 본문의 인위적인 문맥설정 때문에 성경의 본의가 때때로 파괴된다.
물론 사람의 생각을 어거지로 본문에 삽입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겠다.

믿음으로 말미암지 않으면 성경은 해석되지 않도록 기록된 계시이다.
하나님을 저자로서 그의 뜻을 찾는 시도를 중단하고
기록자의 인간문맥 안에서의 주변적인 의미를 선두에 내세우는 주석은
하나님의 온전한 뜻 이해를 위한 과정일 수는 있겠으나 종착지는 아니다.
본문에 믿음이나 하나님이 주어로 명시되어 있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무시하고 해석을 시도하면 고작 인문학적 쾌감에 머무는 정도겠다.
이런 의미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성경 해석학의 종결자가 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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