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rights and wrongs by Nicholas Wolterstorff
(Princeton, 2007)
좋은 책이다. 정의의 근원을 하나님의 형상과 사랑까지 소급하여 독자들은 정의의 신적인 본질을 경험하게 하는 책이다. 그가 주장하는 정의론의 핵심은 인간의 내재적 권리에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어떤 사람이 권리를 가진 물건을 마음껏 누리고 이러한 행위가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정의를 권리에 기초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주장하기 위하여 그는 정의를 ‘올바른 질서(right order)’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집요하게 반박한다. 물론 ‘거룩한 명령(divine command)’ 이론도 배격한다. ‘올바른 질서’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입장은 인간의 권리가 의무와 책임에 기초해 있다는 것이다. 제3부에서 월터스토프는권리는 결코 책임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양한 논리적 설명과 그의 신앙에 기초하여 논증한다. 여기서 논증의 핵심은 이것이다. 하나님의 명령(mandate)이 먼저인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 우선인가? 올바른 질서(right
order)가 먼저인가 내재적 권리(inherent rights)가 먼저인가? 월터스토프는 인간이 권리를 가지는 이유를 분여된 가치(endowed worth), 즉 하나님의 형상을 지녔으며 그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서 찾는다. 모든 사람들이 어떠한 외부적 요소도 제거한 채 동일한 권리를 가졌다는 조건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과 하나님의 사랑이다. 여기서 스미스(Smith) 교수는 하나님이 에서는 미워한 것을 지적하며 하나님의 사랑이 과연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냐를 물었다. 나도 동일한 생각을 가졌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인간의 내재적 권리는 수여된(conferred) 것이며, 인간의 가치는 분여된(endowed) 것이라고 한다는 점이다.
‘거룩한 명령’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명령(divine command)이 선행하고 그 다음에 책임(obligation)이 따르고 권리(rights)가 그 뒤를 이어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모든 만물이 하나님의 말씀과 명령에 의해서 지음을 받았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가 명령에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명령을 준행하는 책임보다 그 명령이 우선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 권리는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 월터스토프의 입장에 조금 설명을 이렇다. 하나님과 인간은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그 책임과 권리는 하나님이 언약을 맺으시고 약속을 주시는 필연적 조건(necessary conditions)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 인간과 언약을 맺으시고 그들에게 약속을 배푸시는 것은 그의 전적으로 자유로운 의지를 따라 이루어진 일들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임이란 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의 언약과 약속은 수동적인 행위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물과 역사와 사건의 모든 마지막 궁극적인 원인은 하나님 자신이다. 월터스토프의 주장은 이 불변하는 진리에 균열을 일으키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월터스토프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성경에 기초하려 하는 순수한 신앙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의 속성을 건드려 왜곡하는 입장까지 나아가는 그의 이론은 다소 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신학자가 아니라 철학자다. 개혁주의 철학자다. 아무리 개혁주의 철학자라 하더라도 개혁주의 신학자의 사유 방식과 글쓰기의 수준까지 요구할 수는 없으리라 본다. 오히려 정의라는 방대하고 일반적인 주제를,사회나 인간이 부여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부여한 가치와 그것에서 비롯된 내재적 권리에 기초하고 성경에 바탕을 둔 이론으로 전개해 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모든 공적인 부문을 버려두지 않고 하나님의 주권과 뜻이 관철되는 거룩한 영역으로 생각하고 날카로운 지성과 논리적인 붓을 가지고 침노하는 그의 개혁적인 정신은 모든 하나님의 사람들이 깊이 살펴야 할 부분이다. 다만 문자는 물론 그 해석과 의미에 있어서 성경의 한 이오타도 가감하지 말아야 하는 개혁주의 신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개혁주의 신학의 모든 요소들이 다 고려되지 않고 형성된 주장과 기록된 글들은 다소 수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의 글은 읽기에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월터스토프가 일반인의 마음과 시선을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글의 매끄러운 흐름을 따라 하나님과 성경으로 인도하는 독특한 논리전개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사회적 정의라는 것이 눈에 관찰되는 평등이나 괜찮고 편한 질서의 단순한 유지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새겨진 내재적 가치와 권리라는 존엄성을 구현하는 것에서 찾았다는 것, 그리고 그 권리와 가치가 하나님의 형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정리해 주었다는 점 때문이다.
월터스토프 자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그대로 남을 대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정의를 가장 잘 요약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정의의 개념은, 내가 행사하는 권리에 기초하여 이해하지 않고 타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기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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