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2일 수요일

바울의 복음전도

유능한 분일수록 바짝 엎드리는 자세가 요구된다.
할 수만 있다면 스펙을 키우고 부풀리는 일이 정상인 시대에
열매로 검증된 재능을 가졌어도 목숨걸고 가리라고 한다면
콧방귀가 쇄도할 주문인 줄 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의 선배가 있었고 우리에게 나를 따르란다.

그 선배는 바울이다. 그의 출중함은
재론이 필요하지 않은 당대 최고의 스펙 소유자다.
젊은 나이에 최고의 공직에 올랐으며
'의정활동' 역시 왕성하여 남들보다 수 걸음을 앞서간 인물이다.
그런데 공무를 수행하는 중에 예수님을 만났다. '이제 고마해라.'

바울은 지칠 줄 모르던 출세가도 행보를 과감히 접고
혐오와 위협과 결박과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던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니 가히 '간증집회' 다니며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빴을 드라마 같은
극적 반전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바울의 그 이후 삶이 여전히 살인적인 '스케줄'을 증거하고 있지만
방향은 하늘과 땅의 격차처럼 180도 바뀌었다.

많은 회심자가 세상적인 성공을 접으면
보상급부 차원에서 '교회적인' 성공에 눈이 어두운 법인데
바울은 세상에서 버린 만큼 교회에서 챙겨야 한다는 꿍꿍이 속이
전혀 없어 보인다. 정말 멋진 사내다.

물론 본인의 철지난 스팩 자랑했다. 사도권 변증에도 핏대를 올렸었지.
그러나 바울은 인간적인 스펙 운운하는 것이 어리석은 바보의 어법임을 알았고
자기 입술로 사도권 방어하는 것의 인간적인 초라함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말 그대로 복음 때문이다.
주께서 이방의 빛이요 백성의 언약으로 부르시고 세우신 큰 그릇인데
당시 논적들은 복음을 거절하는 방편으로 인신공격 차원에서
바울의 사도권 문제를 건드려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변호하게 만드는
수모의 구덩이를 일부러 팠던 거지.

바울의 자랑과 변론은 복음 때문에 그런 수모를 마다하지 않은
대인의 풍모라는 해석을 가한다면 아부하는 건가! 의심하지 마시라.
Paul 이름 빌려 쓰는 거 말고는 그에게서 어떤 대가성 뇌물도 받은 바 엄따!
사도행전 읽다가 열을 받아서 잠시 발열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해해 주시라.

바울은 전파되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라면
자기를 공격하고 시기하고 곤경에 빠뜨리는 건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루스드라 마실로 가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구원받을 만한 믿음' 소유자를 간파하는 분별력을 가지고
앉은뱅이 되어 걸어보지 못한 한 사람을 걷고 뛰게 만들었다.

온 동네가 출렁거릴 정도로 난리가 났다.
허메와 쓰스가 성육신을 했다며 그 앞에서 제사까지 지내잔다.
이를 듣고 취한 바울의 '즉각적인' 반응은
옷을 갈기갈기 찢고 동일한 몸뚱아리 가진 동일한 사람이란 것을 보이며
추하고 부끄러운 '나체'를 무릎쓰고 한 톨의 영광도 취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마땅히 주어질 것을 거부한 정도가 아니라 무리들의 분노를 촉발하여
죽도록 맞고 성 밖으로 던져지는 연고 없는 테러까지 감수해야 했다.

복음을 전한다는 건 정보의 전달을 넘어 복음을 살아내는 것이다.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그 복음을 부끄러워 않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내가 그리스도 예수를 본받은 것 같이 나를 본받으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복음을 증거하는 자들은 '나를 본받으라' 단계까지
이르러야 하나님의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조국교회 생각하면 직무유기 상태가 아닌지 가슴이 멍멍하다.
나 스스로가 응큼하게 자기 영광을 구하는 자의 자리에 앉지나 않을까 두렵고
그런 유혹에 은밀한 타협의 팔을 뻗은 이가 적지 않아서다.
제도권 밖에서 이런 냉소 날리는 행위가 무례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허나 이런 게 아직 안수도 안받고 여전히 가방끈 붙든
신학생의 '면책특권(ㅡ.ㅡ;)' 아니던가.

복음 증거할 때에 정말 조심해야 되겠다.
목에 루저로 내모는 칼이 들어와도 하나님께 돌려야 할 영광이랑
어떤 식으로도 넘보거나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주께서 은혜 베푸시는 겸손의 자리는
결코 양보하면 안되는 자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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