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 목요일

Musculus의 시편주석

무스쿨루스 (1497-1563), 칼빈보다 12살이나 형님이고 칼빈의 신학적 업적에 버금가는 인물인데 영미권 내에서는 논문급 단행본이 4권 그리고 논문 모음집이 한 권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그는 교부 문헌들을 번역하고 편집한 교부학의 대가이며, 탁월한 언어 능력으로 다양한 주석들을 저술한 주석가요, 칼빈의 기독교 강요 최종판과 맞먹는 규모의 신학적 체계까지 세워 교의학자 면모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다. 특별히 언약론을 독립된 교리로 구별해서 다룬 최초의 개혁주의 신학자다. 우르시누스와 코케이우스는 이 분야에서 그의 까마득한 후배가 되겠다.

지금 소개하는 시편 주석은 그의 주석학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헌이다. 주석은 성경 텍스트의 정독(Lectio), 해설(explanatio), 적용 (observatio) 순으로 진행된다. 성경에 기초한 진리의 지식과 실천이 아우러진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정독에서 무스쿨루스는 히브리어 원문, 칠십인경, 벌게이트, 교부들의 여러 번역본들 등을 읽고 시편 본문을 구성한다. 소위 본문비평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는 텍스트 전체의 개요를 진술한 이후 절별 설명에 들어간다. 그런 텍스트의 설명에 기초하여 도덕적 교훈들을 뽑아내고 삶의 현장에서 적용점을 찾는 패턴을 따라 주석한다. 이러한 진리의 지식/실천 구조는 그의 교의학(Loci communes)에 그대로 삽입된다. 이리하야 한 명의 신학자 안에서 성경/역사/교의학/실천이 하나로 융합되는 거다. 이런 점에서 무스쿨루스는 종교 개혁자들 및 이들을 계승한 정통주의 학자들 신학 방법론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라 하겠다.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읽고 씨름하며 그 깊고 구체적인 의미를 찾아가는 주석작업 생략하고 조직신학 공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석에서 신학의 전 체계가 고려되지 않고 특정 구절과 그 구절의 좁은 문맥만 고려된 의미만 드러내는 주석도 동일한 정도로 위험하다. 현대의 단편적인 시간적 문맥만 고려하고 다른 시대의 성경해석 및 신학적 체계가 고려되지 않은 주석이나 조직신학 작업도 결코 시대성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며, 역사의 한 시점에서 충실한 진리를 밝히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시간을 넘나드는 진리의 영원성을 드러냄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한적인 접근법 되겠다.

하나님과 나 자신과 사람들과 피조물에 대한 실질적인 삶의 실천을 생략하고 고려하지 않고 관념이나 사변에만 머무는 신학도 불완전한 접근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문헌들 중에 그렇게 제한적인 접근법을 극복한 최고의 모델을 찾아 오늘날에 재현 및 발전시키는 작업은 우리들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Wolfgang Musculus, In Davidis Psalterium sacrosanctum Commentarii (Basilea,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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