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 목요일

김영규 교수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이다.

헤르만 바빙크는 차영배 교수님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인물인 것 같다. 그분은 바빙크의 일반은총 교리를 국문으로 번역하고 바빙크의 개혁주의 교의학 앞부분을 요약한 것 같은 책도 쓰셨고 가르쳤다. 그러나 바빙크의 소개는 여전히 단편적인 형태로만 그쳤다. 이에 차 교수님을 통해 바빙크를 소개받은 김영규 교수님은 손봉호 교수님의 제안과 추천으로 바빙크의 Magnalia Dei (하나님의 큰일)를 영어에서 그러나 화란어 원문과의 꼼꼼한 대조와 개선을 통해 국문으로 번역했다. 바빙크의 신학이 일반 국민들의 언어로 쉽게 쓰여진 '하나님의 큰일'은 신학생을 매혹했고 교제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신학교의 학생들은 챕터별로 읽고 발제하고 토론하는 교제로도 활용하되 지금까지 그런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규 교수님은 '하나님의 큰일' 번역에 그치지 않으시고 바빙크의 '개혁주의 교의학'도 원어로 읽으시고 꼼꼼하게 번역도 하셨으며 강의도 하셨다. 바빙크를 이분보다 더 깊이있게 동시에 보다 엄밀한 잣대로 비판적인 읽기까지 시도하신 분을 만나보지 못하였다. 유해무 교수님의 바빙크 전기와 연구가 그분의 방식으로 가장 탁월하게 읽어낸 것과 비등하게 김영규 교수님은 16 및 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의 문맥과 장로교의 입장과 전통을 고려하며 읽으시기 때문에 그분만의 고유한 독법을 따라서는 단연 독보적인 권위를 가졌다고 하겠다. 책을 쓰지 않으시고 연구논문 내시지는 않았지만 강연안 교수님의 바빙크 독법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강 교수님의 바빙크 연구는 철학과 신학 전반에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가진 바빙크 신학의 진수를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드러낼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16세기와 17세기를 바빙크 만큼 읽은 신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바르트의 독서도 방대하나 신학이 삐딱하다. 게다가 개혁주의 신학의 정수를 요약하고 현대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킨 인물로는 카이퍼와 워필드의 탁월성을 훨씬 추월하고 있다는 인상까지 받는다. 16-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으로 돌아가 본류를 발굴하고 전수하고 우리 시대의 숙제를 풀어가는 보다 진보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새벽 설교자는 누가복음 1장을 설교했다.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누가의 독특한 글쓰기를 영감하고 사용하신 하나님의 뜻과 의도를 더듬을 수 있어 좋았던 설교였다. 우리의 생각이 짧아 우리는 늘 가깝고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근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습성이 있는데, 건강한 신학은 그 뿌리를 소급하는 누가의 정신을 요구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의 지속적인 보존의 역사를 소급하되 하나님의 영원하신 작정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성실함과 진실함을 가지고 우리는 간데없고 오직 하나님만 남도록 하는 신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은 지난한 작업일 수 있겠으나 피해갈 수 없는 신학자의 본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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