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를 잡았다.
여러 논문들을 읽고 십여 가지의 강연을 들었으나
단행본을 붙들지는 않았었다.
교회 도서관에 라이트의 '모든' 책이 진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먼저 Surprised by Hope을 잡았다.
라이트는 상상력과 더불어 거대한 그림을 가지고 성경을 본다.
이는 대가의 발상이고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Kingdom은 그 거대한 그림의 얼개를 제공하는 테제인 듯하다.
그게 잘 묘사된 책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책이다.
라이트에 대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칭의론 문제,
땅의 갱신이 강조된 종말론 혹은 하늘의 개념,
이 두 가지의 입장을 산출한 독법으로
성경을 1세기 전후의 유대문화 관점에서 본다는 것,
계몽주의 오만을 경계하고 비판은 하면서도
계몽주의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등에
선뜻 동의하기 곤란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라이트가 '대가'라는 것,
로마 카톨릭이 아니라 복음주의 진영으롤 분류되는
성공회의 Low교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결혼도 하고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것,
교회를 대단히 사랑하는 분이라는 것,
관념만이 아니라 일반 성도들의 유익을 위해
끊임없는 강연과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
지식만이 아니라 주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란
체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
'새관점'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임스 던이나
EP 샌더스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는 것,
Jesus Seminar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
달필과 달변의 신학자란 사실을 존중하고 있다.
개혁주의 신학을 배우고 익혔다고 안주했던
때로는 목도 뻗뻗했던 신학적/신앙적 나태에
성실하고 꼼꼼한 일침을 가하고 경각심도 고취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배우게 만드는 라이트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신학 연구하는 학도로서
과거에 거짓과 속임수가 진리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그래서 진리의 정수를 허무는 은밀한 복병으로
성경과 교회를 파괴했던 무수히 많은 사례들을 고려해 볼 때
비록 이전에는 몰랐는데 알게 되어서 밀려오는
흥분과 새로운 배움 때문에 적정한 무장도 해제하고
무비판적 수긍의 고개를 끄덕이다 자신도 모르게
성경의 '거룩한 옷'을 입은 사람의 유전과 가르침을
즐기고 체화하고 대변하고 변증하는 자가 되어
자신도 진리를 떠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결코 가서는 안되는 진리에서 '조금만' 벗어난 길로
안내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다.
예전에 바르트를 읽으며 깊숙이 빠져든 적이 있었다.
그 규모가 더듬어지지 않는 그의 신학적 체계와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것들도 상대적인 것으로
떼려 눕히고야 마는 그의 박학과 확신과 용기와 달필은
갓 신학계에 뛰어든 새파란 신학도의 존경과 신뢰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흡수력을 가졌었다.
그러나 계속 읽으면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보이더니
급기야 성경에 대한 그의 입장을 접하고 그것에 대한
논문도 쓰면서 유럽과 북미에 거대한 군단을 형성할 정도의
신학적 파괴력과 결집력을 가진 인물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그의 신학에서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바빙크를 읽을 때에는 너무도 좋고 행복했다.
그의 교의학을 공부할 때에는 4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시간적인 후회도 신학적인 불편함도
속았다는 배신감도 없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철학과 성경과 역사와 전통과 교리와 경건과 세계와 현재가
어떻게 이토록 오묘한 질서와 조화와 통합 속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까란 감탄이 중단된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영어로 출판된 책들을 모조리 읽었었다.
라이트는
바빙크와 바르트 독서에서 얻은 두 경험적 교훈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긴장과 설레임이 동시에 있다.
나의 신학 방법론은 여러 개혁주의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든 좋고 선한 것들은 빛의 아버지가 주신 것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더 알고 그의 뜻을 깨닫기 위해서는 할수만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을 취하는 절충주의(eclecticism) 입장이다.
즉 라이트를 읽으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것이다.
말이 거창한 것 같은데, 몇 권 읽다고 됐다 싶으면 곧장 접는다.
미련없이...그리고 논문모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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